전 새 만년필을 사면 꼭 세척을 합니다.
물로 할 때도 있고 ( 3~4회 세척 후 잉크를 넣죠 )
잉크로 세척할 때도 있고 ( 잉크를 절반정도만 넣고 다음 날 물세척 후 다시 잉크 넣기를 3번 정도 반복 )
그 후론 왠만하면 잉크를 바꾸지 않고 동일 펜엔 동일 잉크를 넣습니다만,
그럼에도 3개월 주기로 물세척을 합니다.
새로운 잉크가 궁금하면 잉크와 더불어 새 펜을 사거나 딥펜으로 경험하죠.
그래서인가 봅니다. 잉크도 같은 게 여러 병이 있습니다.
죽을 때까지 써도 남지 싶습니다 ㅎㅎ.
여러 만년필들이 있었습니다만, 여전히 가지고 있는 건
파카 조터 2자루, 몽블랑 149(2) 146(3) 5자루뿐입니다.
여러 만년필들을 가져 봤지만, 몽블랑을 가진 이후론 호기심도
관심도 사라져서 모두 중고시장에 내어 소중히 여길 분을
찾아주었습니다.
그럼에도 파카 조터만은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.
제 기준엔 몽블랑과 동급입니다.
집에 그림이 몇 점 있습니다.
두어 점은 선물 받았고, 서너 점은 제가 좋아서 샀습니다.
사진 작품도 있고요. (제가 사진을 하다 보니, 제 작품 외에도 가진 게, 가져야 할 게 있었습니다.)
며칠 전 몽블랑 행사에 다녀오면서
리미티드 에디션을 몇 자루 경험했습니다.
자루 당 천만 원이 넘어가는 펜을 만져보며
디자인 콘셉트와 만들어진 디테일에 감탄하고 해당 인물에 대한
관심이 생겼죠. ( 한강 작가 오마주가 나오면 하나 사볼까?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.)
하지만, 그 아름다운( 아름다웠고, 그런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
고뇌가 느껴졌으며, 그걸 표현한 디테일이 존경스러웠습니다.)
펜을 만져보니… 도저히 이건 산다고 해도 잉크는 못 넣겠다. 아니,
산다면, 디스플레이 박스를 만들어야겠다.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이유는 가격을 떠나. ( 몽블랑 리미티드 에디션 중에는 1억 넘는
것도 있고, 1천만 원 정도야 사서 쓰려면 못 쓸이유도 없겠지만,
만든 이들의 마음이… 느껴진다고 할까요..)
쓰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.
얼마 전 막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
가지고 있던 몽블랑 볼펜을 한 자루 선물했습니다.
아빠가 준 것이니 소중히 다루며 열심히 공부하는데
쓰겠단 한 마디에 뿌듯했었습니다. (내 새끼 다 컸구나……)
만년필도 한 자루 줄까? 했더니, 그건 귀한 거라
지금은 필요 없다 하더군요.
전 몽블랑 149로 잡생각 메모하고, 그 메모 속엔 욕을 쓴 적도 있는데……
제가 기록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에 존중과 귀함을 담기 위해
느리고 불편한 만년필을 택했고…
그중 몽블랑도 있지만,
제 아들에겐… 3만 원짜리 파카 조터도 아빠가 소중히
여기니 귀해 보이나 봅니다. ( 아들이 가격은 모르니 파카 조터나, 몽블랑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. )
제겐 실사용 펜이지만, 다른 이에겐 소장용일 수도 있겠다.
내 눈엔 실 사용기이지만, 아들 눈엔 벌써 스토리가가 쌓여 빈티지가 되어 가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.
만년필을 잡으며 그 펜 끝에서 흘러나오는 글자를 보며
좀 더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.
내 모든 실 사용기가 다른 이의 소장용이 될 수도 있기에...
